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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조금씩 틀려가며 맞아가는 일
K-PrivateAI에서 들은 Altos Ventures 김한 대표의 강연 참관기. 회사·사람·AI 세 갈래로 풀린 이야기가 결국 매일 정답을 갱신하는 일에 모이더라는 기록.
그날 들은 이야기의 한 문장
2026년 4월, KOTRA에서 열린 K-PrivateAI 행사에서 Altos Ventures의 김한 대표 강연을 들었다. 세션 제목은 VC의 의사결정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실제로는 회사를 어떻게 만들고 운영하는지에 더 가까웠다. 투자자의 시선으로 본 창업이 아니라, 결국 창업자가 어떤 선택을 반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강연을 다 듣고 남은 건 세 갈래였다. 회사, 사람, 그리고 AI. 서로 다른 주제처럼 보였지만, 듣는 동안 하나의 문장으로 모였다.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매일 더 나아지는 정답을 찾는 일이라는 식으로.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를 묻는 일
김한 대표는 창업 이야기를 시장이나 아이디어로 시작하지 않았다. “High, Low를 내 자신 스스로 견딜 수 있는 사람인지”라는 질문부터 꺼냈다. 그리고 “내가 현금이 얼마나 필요한가”, 즉 income security를 짚었고, 마지막으로 “family time이 중요하면 창업하지 마라”고 했다.
이 세 문장은 방향이 분명했다. 창업의 첫 조건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라는 것. 특히 돈과 시간은 취향이 아니라 한계에 가깝다는 식으로 들렸다. 감당할 수 없는 변동성과 포기할 수 없는 기준이 섞이면, 그건 리스크가 아니라 붕괴에 가깝다는 느낌이었다.
보통은 아이디어가 괜찮은지부터 따지는데, 여기서는 반대로 자기 자신부터 계산하라는 말이었다. 듣고 보면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이 질문들을 건너뛰고 시작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싶었다.
매일 갱신되는 답으로 굴러가는 회사
회사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 그는 여러 문장을 던졌지만, 결국 하나로 수렴했다. “하나만 잘해라. 하나를 잘해야 다음 스텝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한 스텝씩.” 그리고 “정답 하나를 찾는 게 아니라, 매일 더 나아지는 정답을 찾는 게 회사를 키우는 방법이다.”
여기에 이어서 “유능한 sales person을 찾지 말고 직접 제품을 팔아봐라”는 말이 붙었다. 못 팔면 필요 없는 제품이라는 단정도 같이. 그리고 돈 이야기. 언제 벌고 언제 쓸지에 대한 판단이 가장 어렵고, 잘못되면 아무리 좋은 회사도 뒤처진다고 했다.
“위기가 없는 회사는 문제가 있다”는 문장은 거의 결론처럼 들렸다. 겉으로 매끄러운 상태가 오히려 신호일 수 있다는 식으로.
이 조언들을 따로 들으면 각기 다른 이야기인데, 같이 놓고 보니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큰 답을 한 번에 찾는 게 아니라, 작은 답을 계속 수정하는 쪽. 회사 운영이란 결국 매일의 미세한 조정에 더 가깝다는 인상이 남았다.
피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결정
사람 이야기는 짧았지만 가장 단호했다. “사람 관련 결정을 하기 싫으면 창업을 해도 대표는 못함.” 그리고 “책임지기 싫으면 대표를 그만둬라.”
채용에서는 주인의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해고에 대해서도 분명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에서 모든 초기 멤버가 같이 성장할 수는 없고, 그 상황에서는 대표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
이 부분은 설명이 길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더 또렷하게 남았다. 제품이나 시장보다 사람이 어렵다는 말이 아니라, 그걸 회피할 수 없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특히 모두가 같은 속도로 성장할 수 없다는 전제는 차갑게 들리지만 현실에 가까웠다. 회사와 사람을 같은 방향으로만 보지 말고, 필요할 때는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AI가 채우지 않는 마지막 구간
Q&A에서 SaaS와 AI 이야기가 나왔다. “AI는 80~90% solution이다.” 고객이 그 정도로 충분하면 LLM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대신 99까지 필요한 영역이라면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했다. 다만 “90에서 99까지 가는 게 0에서 90보다 어렵다”고 덧붙였다.
투자에 대한 질문에서는 데이터가 많아진다고 해서 더 좋은 결정을 하는 건 아직 아니라는 답이 나왔다. 그리고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LLM 비용에 많이 쓰고 있다는 이야기도 짧게 언급됐다.
이 답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AI가 대부분을 빠르게 채우는 흐름 자체는 익숙한데, 그 이후를 어디로 봐야 하는지는 항상 흐릿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그 범위를 꽤 좁게 잡았다. 99가 필요한 영역.
결국 문제는 남은 10이 아니라, 그 10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찾는 일이라는 쪽에 가까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