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
왜 일련번호인가
카테고리는 글이 모이기 전까지 빈 폴더다. 번호는 첫 글부터 작동한다.
블로그를 만들 때 가장 먼저 결정하는 건 카테고리다. Writing, Photos, Projects, Notes — 비어 있는 폴더들이 미래의 자신에게 약속을 건다.
그런데 글이 쌓이지 않으면 그 약속은 깨진다. 카테고리는 콘텐츠를 분류하는 게 아니라 생산을 강제하는 장치가 된다. “프로젝트 카테고리가 비어있으니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는 식의 비뚤어진 동기.
번호는 다르다. #001 만 있으면 사이트가 성립한다. #002 가 와도 되고 안 와도 된다. 무엇이든 다음에 올라온다. 영화 한 줄 평이든, 코드 스니펫이든, 새벽에 찍은 사진이든.
분류는 사후적으로 한다. 태그로 충분하다. 형태가 콘텐츠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가 형태를 만든다.